13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의 서양 회화 걸작 약 2,300점 이상을 소장한 내셔널 갤러리를 도슨트 없이 아이와 함께 관람할 수 있게 꼭 봐야 할 작품과 저희가 좋았던 작품들을 두 번째로 정리해 봅니다.
11. 진공 펌프 실험 (An Experiment on a Bird in the Air Pump)
작가 | 작품 연도 | 전시공간 |
조셉 라이트 오브 더비 Joseph Wright of Derby | 1768 | Room 34 |
이 작품은 과학적 실험을 주제로 한 라이트의 대표작 중 하나로, 과학과 계몽주의의 시대정신을 시각화한 작품입니다. 단순한 과학 시연 장면을 넘어, 지식, 감정, 도덕, 종교, 인간성에 대한 깊은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작품에는 한 실험가가 유리 용기 안에 새를 넣고 진공 펌프로 공기를 빼내는 실험을 하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 실험은 당시 새롭게 확산되던 기압과 공기역학, 산소의 역할을 연구하는 실험 중 하나로, 로버트 보일이나 로버트 훅의 실제 실험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강렬한 빛과 그림자의 대비(키아로스쿠로 기법)를 사용하여 극적인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중앙에 놓인 촛불이 유일한 광원으로, 인물들의 얼굴과 실험 도구를 비추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이 그림은 단순한 과학적 실험의 기록을 넘어, 과학의 발전과 그에 따른 윤리적 질문, 그리고 계몽주의 시대의 지식 추구에 대한 다양한 인간적 반응을 보여주는 복합적인 작품입니다.
12. 비, 증기, 속도(Rain, Steam, and Speed-The Great Western Railway)
작가 | 작품 연도 | 전시공간 |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 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 1844 | Room 40 |
윌리엄 터너는 계급 사회인 런던에서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27세에 로열 아카데미 정회원으로 선출될 만큼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습니다. 이 작품은 터너를 대표하는 산업혁명 시대의 상징적 작품으로 산업혁명기 진보와 자연의 충돌을 그린 대표적 작품입니다. 기차, 속도, 자연의 요소들을 회화적으로 결합하며, 현대성과 낭만주의의 경계에 있는 걸작으로 평가받습니다.
작품의 배경인 그레이트 웨스턴 철도(Great Western Railway)는 1833년에 설립되어 런던과 서부 영국(브리스톨 등)을 잇는 최첨단 철도 노선으로, 이즈바드 킹덤 브루넬(Isambard Kingdom Brunel)이 설계했습니다. 당시 기차는 혁신의 상징이자 동시에 공포와 낯섦의 대상이었습니다.
터너는 이 철도를 직접 탑승하며 관찰했고, 이 작품은 현대 기술과 전통 풍경화의 충돌과 융합을 표현했고 순수한 풍경화에서 벗어나 ‘근대의 본질’을 그린 실험작으로, 훗날 인상주의와 추상회화에 큰 영향을 준 작품입니다. 인상파를 세상에 알리게 된 <해돋이-인상>이라는 작품은 프랑스 화가 클로드 모네가 터너의 영향을 받아 그린 작품입니다.
13. 님프의 죽음을 슬퍼하는 사티로스 (A Satyr Mourning over a Nymph)
작가 | 작품 연도 | 전시공간 |
피에로 디 코시모 Piero di Cosimo | 1495 |
이 작품은 고대 신화인 죽은 님프와 그녀를 애도하는 사티로스(반인반수 형태의 숲의 신)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 나오는 님프 프로크리스의 죽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신화적 주제와 자연에 대한 관심을 보이던 르네상스 시대 작품으로 코시모 특유의 섬세하고 시적인 표현이 돋보입니다. 죽음과 사랑, 자연과 신화가 융합된 이 작품은 르네상스 인문주의적 감성을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14. 그리스도의 매장 (The Entombment)
작가 | 작품 연도 | 전시공간 |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Michelangelo di Lodovico Buonarroti Simoni | 1500~1501 |
이 작품은 미켈란젤로가 완성하지 못한 패널화로, 예수 그리스도의 시신을 무덤으로 옮기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1500년, 미켈란젤로는 로마 산타고스티노 교회의 장례 예배당을 위한 제단화를 의뢰받았으나 울트라 마린이라는 안료를 못 구해 완성하지 못하고 1501년 피렌체로 돌아가 '다비드'를 제작했다고 합니다.
중앙에는 예수의 시신이 있으며, 그를 지탱하는 인물들이 주변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왼쪽에는 긴 붉은 옷을 입은 인물이 예수를 지탱하고 있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성 요한으로 추정합니다. 예수의 뒤편에는 수염이 있는 노인이 있으며, 이는 아리마대 요셉 또는 니고데모로 추정합니다. 오른쪽에는 예수를 지탱하고 있는 또 다른 인물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추정이 되고 있지 않습니다. 하단 왼쪽에는 무릎을 꿇은 여성은 막달라 마리아로, 하단 오른쪽에는 미완성된 인물은 성모 마리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15. 비너스와 큐피드의 알레고리 (An Allegory with Venus and Cupid)
작가 | 작품 연도 | 전시공간 |
아그놀로 브론치노 Agnolo Bronzino | 1545 |
이탈리아 매너리즘 양식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매우 복잡하고 상징적인 알레고리 회화입니다. 아름다운 인체 묘사와 기묘한 상징, 심리적 긴장감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르네상스 후기의 도덕적, 감각적, 철학적 혼란을 반영하는 대표작으로 평가됩니다.
미소녀 큐피드와 젊은 비너스는 모자라기보다 연인 관계처럼 보이는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신화적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실제로는 쾌락, 시간, 질투, 후회 등 인간의 욕망과 그 결과에 대한 도덕적 알레고리로 해석됩니다. 당시 피렌체의 코시모 1세를 위해 제작된 이 그림은 매너리즘 특유의 인위적 포즈, 복잡한 구도, 그리고 도덕적 메시지와 관능적 표현의 아이러니한 결합을 보여줍니다.
16. 휘슬재킷 (Whistlejacket)
작가 | 작품 연도 | 전시공간 |
조지 스터브스 George Stubbs | 1762 | Room 34 |
Whistlejacket은 실제 존재했던 영국의 경주마이며, 1759년 York 레이스에서 승리를 거둔 후, 대중과 귀족 사회에서 큰 관심을 받은 말입니다.
소유주인 록킹엄 후작이 말의 아름다움과 위엄을 기념하기 위해 스터브스에게 초상화를 의뢰하면서 이 작품이 탄생하게 됩니다..
스티브스는 말의 해부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이 작품을 완성했는데, 그는 실제로 말의 시체를 해부하고 연구하여 "말의 해부학(The Anatomy of the Horse)"이라는 책을 출판하기도 했습니다.
말의 초상화로, 동물화의 역사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상징적인 작품으로 동물 회화의 경계를 확장한 혁신적인 미술사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17. 바쿠스와 아리아드네 (Bacchus and Ariadne)
작가 | 작품 연도 | 전시공간 |
티치아노 베첼리오 Tiziano Vecellio | 1520~1523 |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 화가 티치아노가 제작한 대형 신화 회화로, 고전 신화를 화려한 색채와 극적인 구성으로 해석한 걸작입니다. 사랑, 구원, 열정, 신화적 변화를 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크레타의 공주 아리아드네가 술과 향연의 신 바쿠스를 만난 순간을 그린 작품입니다.
아리아드네는 미노스 왕의 딸로, 반인반수 괴물 미노타우르스를 물리친 테세우스를 도와 크레타섬에서 탈출하게 해 줍니다. 그러나 테세우스는 그녀를 낙소스 섬(Naxos)에 버리고 떠나고 아리아드네는 절망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때 술과 광란의 신 바쿠스가 그녀를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바쿠스는 그녀를 자신의 아내로 맞이하면서 사랑의 징표로 그녀의 왕관을 하늘에 던져 별자리(왕관자리)로 만들어 줍니다.
단순한 신화의 재현이 아니라, 극적인 감정 전환의 순간을 포착한 회화로서, 르네상스 이후 바로크적 감정 표현의 전조로도 평가받는 작품입니다.
18. 말 탄 찰스 1세 (Equestrian Portrait of CharlesⅠ)
작가 | 작품 연도 | 전시공간 |
안토니 반 다이크 Anthony van Dyck | 1637~1638 |
7세기 바로크 회화의 거장 안토니 반 다이크가 그린 영국 왕 찰스 1세(Charles I)의 위엄과 왕권을 강조한 기마 초상화입니다.
안토니 반 다이크는 찰스 1세의 궁정화가로, 여러 왕실 초상화를 그렸습니다.
이 그림은 '왕의 초상'을 넘어, 찰스 1세가 ‘신으로부터 권위를 부여받은 군주(Divine Right of Kings)’임을 시각적으로 주장하는 정치적 이미지이기도 합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티치아노와 루벤스의 영향을 받아 왕의 카리스마와 권위를 효과적으로 표현해 왕권의 상징으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바로크 시대 초상화 예술의 중요한 업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 찰스 1세는?
영국 국교회 강화, 의회와의 갈등으로 청교도 혁명(English Civil War)을 초래한 왕으로 1649년 처형당한 영국 유일의 왕입니다. 재위 당시에는 예술과 궁정 문화를 적극 후원해 반 다이크를 궁정화가로 두었습니다.
19. 막시밀리안의 처형 (The Execution of Maximilian)
작가 | 작품 연도 | 전시공간 |
에두아르 마네 Edouard Manet | 1867~1868 | Room 41 |
이 작품은 프랑스 사실주의 화가 에두아르 마네가 1867년부터 1869년 사이에 여러 차례 그린 역사화입니다. 이 작품은 프랑스가 지원했던 오스트리아 출신 멕시코 황제 막시밀리안 1세의 처형 장면을 그린 것으로, 정치적 비판, 사실주의적 연출, 고전 회화에 대한 오마주가 결합된 대표적인 정치적 회화입니다.
마네는 나폴레옹 3세의 정치적 야망과 무능함의 희생자로 널리 여겨진 막시밀리안의 죽음에 분노했고, 이 처형에 대해 4가지 버전의 서사를 그리게 됩니다. 이 그림은 두 번째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당시 프랑스에서 정치적 검열로 인해 전시가 금지되었고 사진 보도와 같은 객관적 시각으로 역사적 사건을 다룬 선구적인 작품입니다. 프란시스코 고야의 '1808년 5월 3일'의 처형 장면을 오마주 했으며, 후대의 전쟁 관련 미술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 페르디난드 막시밀리안은?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 출신으로 1864년 프랑스 나폴레옹 3세의 지원으로 멕시코의 꼭두각시 황제로 즉위했습니다. 멕시코 국민은 그를 외세의 꼭두각시로 여겼고, 멕시코 민족주의 세력은 반기를 들고 공화정을 회복하려 합니다. 그러나 나폴레옹 3세는 군사적 지원을 철회하며 군대를 철수시키자 1867년 5월 민족주의 멕시코인들과 공화파 세력에 의해 체포된 막시밀리안과 그의 두 장군은 그해 6월 19일 멕시코 케레타로에서 총살형을 당했습니다.
20. 제인 그레이의 처형 (The Execution of Lady Jane Grey)
작가 | 작품 연도 | 전시공간 |
폴 들라로슈 Paul Delaroche | 1833 | Room 38 |
영국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순간 중 하나인 제인 그레이의 처형 장면을 극적으로 묘사한 작품으로 감정, 극적 연출, 사실적인 묘사가 어우러진 19세기 역사화의 대표작으로 평가받습니다.
이 작품은 정치적 희생양이 된 어린 여왕의 운명을 통해 권력, 종교, 인간성이라는 깊은 주제를 던지며 비극의 감정과 역사적 숙연함을 전하는 작품입니다.
제인 그레이는 1553년 에드워드 6세의 사망 이후 가톨릭 신자 메리에게 권력을 뺏기기 싫은 성공회파 귀족들에 의해 7월 10일 영국의 여왕으로 옹립됩니다. 하지만 에드워드의 이복 누이이자 상속인인 메리 튜더를 지지하는 세력에 의해 단 9일 만에 폐위되었습니다. 제인 그레이는 귀족들의 암투에 휘말려 반역죄로 런던 타워에 갇히게 됩니다. 메리는 가톨릭으로 개종을 하면 살려주겠다 했지만 제인은 이를 거부하며 17세의 제인 그레이는 1554년 2월 12일 타워 힐에서 참수형을 당했습니다.
[여행길_해외] - [초등 아이와 영국 여행] 내셔널 갤러리에서 꼭 봐야 하는 작품 1편
[초등 아이와 영국 여행] 내셔널 갤러리에서 꼭 봐야 하는 작품 1편
13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의 서양 회화 걸작 약 2,300점 이상을 소장한 내셔널 갤러리를 관람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한정된 시간과 미술사에 깊은 조예가 없다면 긴 시대의 방대한 작
bysagacity.tistory.com
[여행길_해외] - [초등 아이와 영국 여행] 빈센트 반 고흐와 에드가 드가의 내셔널 갤러리 작품
[초등 아이와 영국 여행] 빈센트 반 고흐와 에드가 드가의 내셔널 갤러리 작품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는 고흐와 드가의 작품이 다수 있습니다. 인상주의 작가를 좋아하기에 고흐와 드가 작품을 소개해 봅니다.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는 네덜란드 출신의 후기 인
bysagacity.tistory.com
[여행길_해외] - [초등 아이와 영국 여행] 내셔널 갤러리에서 잊지 말고 봐야 할 작품
[초등 아이와 영국 여행] 내셔널 갤러리에서 잊지 말고 봐야 할 작품
내셔널 갤러리 마지막 피드로 이번에는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작품을 소개하려 합니다.1. 시바의 여왕이 승선하는 항구 (Seaport with the Embarkation of the Queen of Sheba)작가작품 연도전시공간클로드 로
bysagacity.tistory.com
'여행길_해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등 아이와 영국 여행] 내셔널 갤러리에서 잊지 말고 봐야 할 작품 (1) | 2025.04.25 |
---|---|
[초등 아이와 영국 여행] 빈센트 반 고흐와 에드가 드가의 내셔널 갤러리 작품 (3) | 2025.04.18 |
[초등 아이와 영국 여행] 내셔널 갤러리에서 꼭 봐야 하는 작품 1편 (3) | 2025.04.16 |
[초등 아이와 영국 여행] His Majesty's Theatre -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관람 (1) | 2025.04.15 |
[초등 아이와 영국 여행] 영국 박물관에서 꼭 봐야 하는 전시물 - 2편 (5) | 2025.04.14 |